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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중국 진출 막힌 bhc…CJ·오뚜기도 '먹잇감'으로 노린 상표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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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율 작성일20-02-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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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품·외식 기업들이 중국인 상표 브로커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중국 진출을 앞두고 상표를 출원·등록하려고 보면 이미 제품과 브랜드를 따라한 상표권이 무더기로 등록돼 사업 전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다양한 상품 분류로 브랜드를 먼저 출원·등록해 시장 진출을 방해하고 높은 합의금과 사용료를 요구하는 등 지속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5일 중국 상표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브로커 K씨는 국내 수많은 식품·외식 기업들의 상표권을 갖고 있다. K씨가 상표 출원한 개수만 400개에 달하고 이중 100개는 등록까지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진출 가능성이 높거나, 활발하게 사업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상표를 무더기로 선점한 것. 특히 K씨가 노린 업체들 중에선 식품·외식 기업들이 많다. K씨는 BHC(bhc치킨, 43류), 다날(달콤커피, 40류),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 40류), 지앤푸드(굽네치킨, 40류), 엉터리(엉터리생고기, 43류), 행복한구이세상(연타발, 43류) 등에 이어 대기업 CJ제일제당(해찬들, 31류)과 오뚜기(오뚜기, 31류), CJ푸드빌(뚜레쥬르, 40류), 하림(하림, 29류), 풀무원(풀무원, 30류), 샘표(샘표, 31류) 등의 브랜드까지 먹잇감으로 골랐다.


K씨는 'BNC CHICKEN' 상표를 등록했다. 국내 2위 치킨 프랜차이즈 bhc치킨의 중국 사업을 방해할 목적에서다. 더욱이 상품 분류 음식료품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에 해당한다. bhc치킨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K씨와 상표권 분쟁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bnc치킨이 중국에서 bhc치킨인 것 마냥 '짝퉁 영업'을 하게 되면 사실상 bhc치킨의 중국 사업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설빙은 중국의 '짝퉁 설빙'에 상표권을 도용당했지만, 오히려 가짜가 진짜를 신고해 법적 분쟁도 겪어야 했고 결과는 패소, 중국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bhc치킨 관계자는 "K씨의 상표 선등록 이유 이외에도 다양한 시장조사를 통해 중국 진출에 강점을 느끼지 못해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글 브랜드를 그대로 상표 출원한 하림과 풀무원의 상품 분류는 29류(냉동, 건조 및 조리된 과일 및 채소, 유제품, 달걀 등), 30류(커피, 차, 빵, 페이스트리 및 과자. 식초, 소스 등)다. 엉터리생고기, 연타발 등의 외식 브랜드는 43류로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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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놓고 '눈뜨고 코베이는' 상황에 직면하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대응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 진출을 위해 시장 조사에 들어갈 때 뒤늦게 상표 등록을 파악하거나 정부(특허청)가 파악한 후 통보하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중국은 외국 브랜드라도 누군가 중국 안에서 상표 출원만 먼저 하면 그 사람이 우선권을 받고, 상표권을 되찾기 위한 과정은 힘들다. 상표권 등록 이전 단계에서는 중국 당국에 상표 이의신청을 하고, 등록 이후 단계에서는 기등록 상표의 효력을 없애는 무효선고를 청구해야 한다. 과정을 밟으려면 최소 수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한다. 승소를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중국 진출을 앞두고 시장 조사를 해보니 이미 우리 브랜드의 상표권이 무더기로 등록되어 있었다"면서 "상표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수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돼 사실상 중국 진출을 포기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중국 브로커들이 기업에게 접촉해와 돈을 요구하며 상표권을 찾아가라고 한다"면서 "선점상표의 한자표기가 달라 승소가 어렵다고 판단한 이들은 요구한 합의금을 주고 상표를 찾아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외식업체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한지 3개월밖에 안된 상황에서 중국 상표 브로커로부터 연락이 왔고 그즈음 중국에서 상표 출원이 이루어졌다"며 "상표를 되찾기 위해 법적 다툼을 벌였는데 소용이 없어 결국 중국에서 다른 상표와 로고를 갖고 진출을 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한 변리사는 "국내 상표들이 중국에 등록되어서는 안된다는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중국 상표법상 규정에 그런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이의 제기를 해도 이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체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상표를 지킨 경우도 있다. CJ제일제당은 K씨가 2015년 '해찬들'로 상표 출원한 것을 파악하고, 이의 신청에 들어갔다. 이후 되찾아 아예 K씨가 사용한 한자 '호찬들'까지 등록해 짝퉁 상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부가 인지하기 전에 미리 법무팀에서 파악하고 대응했던 것. CJ제일제당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꾸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일찍 파악할 수 있어 대응을 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 상표 등록은 31류(미가공 농업, 수산양식, 원예 및 임업 생산물, 과일, 채소, 동물용 사료 및 음료, 맥아 등)이기 때문에 중국 사업에 차질은 없다. 오뚜기 관계자는 "중국에 라면 위주로 수출을 하고 있으며 관련해서는 모두 선등록을 해 상표를 지켰다"면서 "31류에는 해당되는 제품은 없어 중국 사업에는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뚜기는 31류에 해당하는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중국 수출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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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레쥬르와 교촌치킨의 상표 등록도 재료처리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각 업체의 프랜차이즈 사업에 지장은 없다. 특히 교촌치킨의 경우 중국에서 '교춘치킨'으로 짝퉁이 성행한 것과 관련해서도 짝퉁 간판을 내리는 조치까지 이끌어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상표권의 중요성을 알고 일찌감치 130여개국에 상표 등록을 진행해 중국 진출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2009년 5월에 중국에 진출한 교촌치킨은 현재 매장 4개를 안정적으로 운영중이다.

 

한편 한류를 틈타 K브랜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상표만 모아 등록한 뒤 '상표 장사'를 하는 사람들로 인해 피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중국 상표 브로커가 피해를 입힌 한국 상표는 2016년 406건에서 2017년 588건, 2018년 1142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700개가량의 한국 상표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상표 브로커는 한국 기업의 상표권을 무단으로 선점한 건이 3건 이상인 이들로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상표권의 영문·중문 상표를 선점해 두는 방식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주로 활동하는 20명 남짓의 상표 브로커들이 1100여개 상표권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작성자 :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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