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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운동화 팔지 마" 화난 나이키…불붙는 NFT 저작권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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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로 향하는 패션 및 소매업계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가운데 기존 브랜드의 상표권과 패션 NFT(대체불가능 토큰) 상품 간의 갈등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나이키 가상 운동화도 ‘리셀’?

스톡엑스가 발매한 볼트 NFT. 대부분 나이키 제품으로, 스톡엑스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가상 상품이다. [사진 스톡엑스 홈페이지]

스톡엑스가 발매한 볼트 NFT. 대부분 나이키 제품으로, 스톡엑스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가상 상품이다. [사진 스톡엑스 홈페이지]

지난 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이키는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StockX)가 무허가 나이키 NFT를 판매했다고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스톡엑스가 나이키의 허가를 받지 않은 나이키 운동화 NFT를 판매한 것에 대해 자사 상표권 침해를 주장, 이에 대한 피해 보상 및 판매 중단 명령을 요청한 것이다.

스톡엑스는 중고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리셀(resell·재판매) 플랫폼으로 주로 유명 상표의 운동화·가방 등을 취급한다. 2016년 미국에서 설립된 후, 지난해 기준 38억 달러(약 4조55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세계적인 운동화 리셀 플랫폼이다.

스톡엑스는 지난 1월 중순 ‘볼트(Vault) NFT’라는 이름의 디지털 토큰을 소개한 바 있다. 운동화 실물이 아닌 디지털 운동화를 소유하는 일종의 투자 상품이다. 스톡엑스는 홈페이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제품을 디지털 방식으로 소유하고 수수료와 옷장 공간을 절약하라”며 “각 볼트 NFT는 동일한 물리적 항목에 연결되어 있으며 스톡엑스의 보안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스톡엑스에서 거래되고 있는 볼트NFT 상품. 나이키 덩크 로우 제품이다. 제품 설명에 "볼트 NFT 에디션을 구입하면 스톡엑스의 볼트에 보호되고 저장되는 해당 물리적 상품의 소유자가 된다"고 적혀있다. [사진 스톡엑스 홈페이지]

스톡엑스에서 거래되고 있는 볼트NFT 상품. 나이키 덩크 로우 제품이다. 제품 설명에 "볼트 NFT 에디션을 구입하면 스톡엑스의 볼트에 보호되고 저장되는 해당 물리적 상품의 소유자가 된다"고 적혀있다. [사진 스톡엑스 홈페이지]

나이키는 소장에서 “스톡엑스가 나이키의 상표를 두드러지게 사용하는 NFT를 제작하고 나이키의 영업권을 사용하여 NFT를 마케팅하고 있다”며 “이런 투자 가능한 디지털 자산은 나이키 승인 없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톡엑스는 자신의 지적 재산권을 개발하지 않고 나이키의 유명 상표 및 관련 영업권을 기반으로 노골적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승인되지 않은 제품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해당 제품과 나이키 사이에 잘못된 연관성을 만들며 나이키의 유명 상표를 희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키는 지난달 가상 운동화 회사인 아티팩트(RTFKT)를 인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특허출원국(USPTO)에 가상 세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신발과 의류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마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나이키의 이번 소송이 이달 말 아티팩트와의 자사 가상 운동화 출시를 앞두고 디지털 상표권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상 버킨백, 예술인가 상품인가

메타버스라는 3차원 가상 세계에서 통용되는 가상 패션 상품인 NFT에 대한 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14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자사의 버킨백에서 영감 받은 ‘가상 버킨백’을 제작해 판매한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메이슨 로스차일드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로스차일드가 제작한 메타버킨스. 지난해 12월 NFT 거래소 오픈시에서 하나에 4만2000달러(5037만원)에 판매됐다. [사진 오픈시]

로스차일드가 제작한 메타버킨스. 지난해 12월 NFT 거래소 오픈시에서 하나에 4만2000달러(5037만원)에 판매됐다. [사진 오픈시]

로스차일드는 지난해 12월 화려한 색의 모피로 뒤덮인 100개의 가상 버킨백을 제작한 뒤 ‘메타 버킨스(MetaBirkins)’라는 이름을 붙여 NFT 거래소 오픈시(OpenSea)에 올렸다. 실제 가방이 아닌 버킨백의 디지털 그림 파일에 화려한 소재와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든 디지털 작품이다. 에르메스는 로스차일드가 에르메스의 상징적 가방인 버킨에 접두사 ‘메타’를 붙여 도용했으며 에르메스 상표로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미국 뉴욕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소송에 앞서 상표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 로스차일드는 모피로 뒤덮인 버킨백을 상상해 독창적 예술 작품을 창작한 것이지 위조 버킨백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어 ‘메타 버킨스’라는 이름이 실제 버킨백과 혼동을 일으키지 않을 만큼 충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로스차일드가 제작한 또 다른 NFT 작품 베이비 버킨. 현재 온라인 숍 '베이직 닷 스페이스'에 올려져 있다. [사진 베이직 닷 스페이스]

지난해 5월 로스차일드가 제작한 또 다른 NFT 작품 베이비 버킨. 현재 온라인 숍 '베이직 닷 스페이스'에 올려져 있다. [사진 베이직 닷 스페이스]

다만 에르메스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이미 블록체인에 새겨진 NFT 항목을 삭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소송 이후 오픈시에서는 해당 항목이 삭제되었지만, 또다른 NFT 거래소인 룩스레어(LooksRare)에는 여전히 등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픈시에서 사라지기 직전 메타버킨스는 하나에 대략 2만 달러(약240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룩스레어에서는 지난달 22일 메타버킨스가 약 3600달러에 판매되었다.

룩스레어에서 판매중인 메타버킨스. [사진 룩스레어]

룩스레어에서 판매중인 메타버킨스. [사진 룩스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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