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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리사회] 진보성을 판단할 때 사후고찰을 더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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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율 작성일20-10-2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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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허청 국정감사에서 특허청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특허무효심판 청구인용율은 45%이고, 일본은 15%, 미국은 25%이다. 차이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무효율이 더 높은 현상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무효될까 겁나서 침해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우리나라의 특허 무효율이 지속적으로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심사관 1인당 처리 건수 너무 많아

우리나라는 전체 심사관 중 박사학위 심사관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높은 특허무효율이 심사관의 자질 부족 탓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심사관 1인당 처리 건수가 너무 많은 것은 문제다. ​유럽특허청 심사관보다 절대 건수로 2배 이상을 심사하기도 한다. 처리 건수가 너무 많다보니 선행기술을 조사할 시간이 부족하다.

 

진보성은 해당 기술 분야의 기술 흐름을 이해하는 통상의 기술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선행기술을 많이 조사해 보아야 기술 흐름 및 기술밀도를 이해할 수 있고, 출원발명과 유사한 선행기술을 찾아낼 수 있다.

 

심사관이 심사의 매우 중요 요소인 선행기술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하면 거절되어야 할 발명이 특허를 받아 무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사후고찰이 높은 무효율의 원인
우리나라의 높은 무효율은 사후고찰로 인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쉽게 부정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 일본보다 사후고찰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일까?

 

오랜 기간 국내외 주요 특허판례를 요약한 후 구체적인 쟁점별로 분류해 저장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런 것 같다.

 

미국과 유럽 판례에서는 사후고찰을 방지하기 위한 진보성 판단 방법이 자주 활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판례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사후고찰을 줄이려는 외국의 노력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하나 가끔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하고 무엇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후고찰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고찰의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특허청 심사기준은 진보성 판단과 관련하여 “어떤 원인의 해명에 의한 발명으로, 일단 그 원인이 해명되면 해결이 용이한 발명의 경우에는 그 원인의 해명과정을 중시하여 진보성을 판단해야 하며, 단순히 그 해결수단이 자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진보성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후고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지침이다. 이 지침을 잘 지키려면 발명의 과제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발명적 착상인 경우가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제설정 자체에 특이성이 있으면 진보성 판단시 해결수단의 용이 여부를 너무 따지지 않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시각에서 진보성을 판단한 판례가 적지 않다.

 

아래에서 미국과 유럽이 사후고찰을 줄이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진보성 판단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 실무에서도 자주 활용되면 좋겠다.

  가. could/would 접근법
could/would 접근법이란,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로부터 출원발명을 완성하려면 할 수 있었을 것(could)이라는 가능성만으로 진보성을 부정해서는 안되고, 선행기술의 특정 내용 또는 암시로 인해 실제로 발명을 완성했을 것(would)이라는 당위성이 있는 경우에만 진보성을 부정할 수 있다는 진보성 판단방법이다. 이렇게 판단하지 않으면 사후고찰에 의해 너무 쉽게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것이다.

 

could만으로 진보성을 부정하는 것은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다”는 진보성 부정 표현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 대법원도 2007. 8. 24. 선고 2006후138 판결에서 “비교대상발명으로부터 통상의 기술자라면 마땅히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생각해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정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진보성을 인정했다. 이 판시에서 ‘생각해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표현은 would와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 시도의 용이(obvious to try) v. 발명의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
우리나라에서는 ‘obvious to try’가 진보성을 부정하는데 너무 남용되어 온 것 같다. 발명을 본 후에 선행기술을 보면 선행기술의 여러 구성 중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할만한 구성이 쉽게 발견된다. 일단 발견하고 나면 선행기술로부터 발명을 시도하는 것이 용이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시도가 용이하지 않다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시도가 용이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지 따져보는 것은 대체로 간단하지 않은 작업이다. 노력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선행기술과 발명을 무척 꼼꼼히 살펴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후고찰에 쉽게 빠지게 된다.

‘시도의 용이’와 ‘발명의 용이’는 다르다. 시도가 용이하다는 것이 발명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선행기술의 선택지들 중 발명의 구성을 선택할 만한 명확한 이유가 선행기술에 암시되어 있지 않으면 ‘obvious to try’라고 하면 안된다. 마찬가지로 선행기술의 선택지가 적더라도 발명자가 성공에 관한 합리적인 기대를 하지 못할 때에는 ‘obvious to try’라고 하면 안된다.

발명을 보지 못한 통상의 기술자는 선행기술의 구성을 시도해 보기 전에 실험에 소요될 예상 시간, 노력, 비용을 가늠해 본다. 그 결과 발명의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할 수 없으면 선행기술의 구성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에 부합한다.

발명의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는 ‘성공에 대한 희망’과 같이 막연한 것이 아니다. 발명의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는 해당 기술 분야가 개척되지 않은 정도, 해당 연구과제에 소요되는 예상 시간, 수행되어야 하는 실험의 복잡성 등 과학적 평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의약이나 생명과학 분야와 같이 예측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고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분야일수록 발명의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낮다. 이런 분야에서는 선행기술의 선택지가 매우 적어도 ‘obvious to try’에 의해 진보성을 쉽게 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 진보성 판단에서의 2차적 고려요소
우리나라에서는 발명의 상업적 성공, 오래전부터 요구되어 왔으나 만들지 못했던 발명의 완성과 같은 2차적 고려요소가 주된 이유가 되어 진보성이 인정된 판례를 본 기억이 없다.

진보성은 판단기준이 지극히 모호하다.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판단기준이기 때문이다. 모호함을 줄여줄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2차적 고려요소가 일부 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같은 기술분야의 경쟁자들이 이루지 못한 상업적 성공을 내가 이루었고, 성공의 원인이 발명의 특징에 의한 것이라면 경쟁자들에게는 그 발명이 쉽지 않았다는 반증 아닌가? 그렇다면 진보성이 있다고 추론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산업을 발전시키고 소비자를 만족시켜 특허법의 목적에 기여했는데 굳이 진보성을 부정할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에서는 발명이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진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판례가 있다.

 

왜 사후고찰인지 구체적으로 다투어야
심판관과 법관도 사후고찰하면 안된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어서 사후고찰을 하지 말라고 단순히 주장만 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사후고찰이 우려되는 장면은 위에서 소개한 경우 이외에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2개의 선행기술을 조합하여 진보성을 판단할 때 주선행기술과 부선행기술을 구분하지 않거나, 발명과 선행기술의 구성을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나누어 각각 비교할 때도 사후고찰하기 쉽다.

발명의 구성들간의 유기적 결합을 간과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사건에서의 통상의 기술자의 기술수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는 것도 사후고찰의 가능성을 높힌다.

사후고찰을 줄이려면 대리인들이 그 사건에서는 왜 사후고찰인지를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가능한 관련 판례와 증거도 제출하며 치열하게 다투어야 한다. 그래야 판단자도 구체적으로 판단해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다투다 보면 왜 사후고찰인지 또는 아닌지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시한 고무적인 판례가 하나 둘 늘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사후고찰이 줄어들면, 진보성 판단의 결론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무효율도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성자 : 양영환 변리사 kpaa@kpa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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